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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잘못된 표현이며 독재는 민주정의 반대말이 아닙니다. 본문

정치/국내 정치

민주주의는 잘못된 표현이며 독재는 민주정의 반대말이 아닙니다.

슬램 이글 2018. 3. 13. 19:55



지난 글에 이어 민족주의에 대한 글을 써야 하는데, 그 글이 길어지고 마침 박근혜 탄핵 1주년이니 먼저 본 글을 올립니다. 이 점 양해하시길 바랍니다. 

우리나라가 사용하는 Democracy (데모크라시)는 민주주의를 의미하며, 독재는 민주주의의 반대말이다. 흔히들 알고 있는 잘못된 정치 개념 중 하나입니다. 저 역시도 거의 평생 democracy와 독재를 이렇게 이해하고 있었지요. 심지어 학교에서도 이렇게 배운 기억이 있고요. 하지만 democracy는 민주정을 뜻하고, 민주정의 반대말은 군주정이지, 독재가 아닙니다. 전자는 매우 잘못된 (하지만 널리 퍼진) 오역이며, 후자는 그로 인한 잘못된 고정관념이지요. 지금부터 그 이유를 설명하겠습니다. 

일단 democracy라는 단어 자체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Democracy의 demo는 민중을 의미하며 접미사 -cy는 일종의 통치 시스템, 즉 체제를 의미합니다. 반면 communism, capitalism 등 사상을 의미하는 단어들은 -ism이라는 접미사가 붙게 되지요. 본 설명만 있어도 왜 민주주의가 오역인지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민주정의 "-정"이라는 접미사는 군주정 등 정치 체제를 의미하는 반면에 민주주의의 "-주의"는 공산주의, 자본주의 등 사상을 의미하게 되지요. 이 오역으로 인해 군주정 (monarchy)와 비교돼야 할 민주정이 공산주의, 자본주의 등의 사상의 카테고리로 편입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일어나게 됩니다. 민주정은 절대로 사상이 아닙니다. 민주정은 결국 현실에서 사용하는 하나의 통치 시스템일 뿐입니다. 하지만 민주정을 민주주의로 해석하고, 접미사 -ism을 가진 여타 사상과 동일선상에 취급하니 여러 가지 잘못된 고정관념과 피해가 우리나라 정치계에서 발생하지요. 

자 그러면 이로 인한 대표적인 오개념인 민주정의 반대말은 독재가 왜 틀리고 군주정이 올바른 반대말인지 설명하겠습니다. 독재, 즉 dictatorship은 하나의 통치 행위입니다. 하나의 통치체제 내에서 통치자가 일으키는 일종의 행동이죠. 즉 독재라는 "행동"은 민주정, 군주정 등의 "체제"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민주정 내에서 민주적으로 당선된 독재자들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히틀러). 당장 우리나라 87체제 내 거론할 수 있는 독재자들도 여럿 되고요. 왜냐면 독재자는 단지 우리나라 같은 민주공화정 내에서 독재행위를 하는 통수권자를 의미하는 것뿐이니까요. 그런 이유로 독재자들 때문에 "민주주의가 죽었다"라는 표현은 부정확하고 틀린 표현입니다. 

결국 민주정의 올바른 반대말은 군주정일 뿐입니다. 일단 둘의 영어 원문을 보시면 각각 democracy 와 monarchy, 즉 체제를 의미하는 -cy 혹은 -chy 접미사가 달려있지요. 그런데 어떤 면에서 민주정과 군주정은 서로 상반되는 체제일까요?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간단합니다. 민주정에서는 일반 국민(people)이 통치자를 투표를 통해 선발하는 반면, 군주정에서는 "신권"으로 선택된 한 혈통 내에서 통치자가 즉위합니다. 이것이 바로 북한이 민주국가가 아닌 이유입니다. 국민의 선택이 결여되어있으니까요. 즉 국민들의 통치자 선택 여부가 민주정과 군주정을 구분하는 핵심요소이며 서로 반대되는 이유입니다. 

다시 독재로 돌아가 봅시다. 이론상 독재는 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에 민주정 군주정 상관없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독재자는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을 행사하는 자니까요. 하지만 왜 민주정과 다르게 군주정이란 독재라는 단어는 잘 연관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흔히 아는 독재는 근대적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군주정의 군주가 이론적으로 독재할 수 있지만 (그리고 그런 자들은 폭군이라 불렸지요) 근대와 달리 왕은 생각보다 많은 세력에게 견제 받았으며 중세의 군주가 근대의 독재자만큼의 권력을 지니지 못했습니다. 20세기가 돼서야 기술의 발전과 군사력의 증강을 통해 우리가 아는 독재가 가능해진 거지요.

여태까지 알려드린 교과서적인 민주정과 독재의 정의를 사용하면 놀랍게도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 아직 독재와 독재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독재라는 게 거창한 거 아닙니다. 현재의 대한민국에서는 삼권분립과 다른 기관들의 견제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통치를 하는 자를 독재자라 정의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고 포괄적인 개념입니다. 즉 독재자라고 무조건 박정희, 전두환, 김정은과 동급이 아니라는 거지요. 이들은 독재자 +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입니다. 




노무현, 오세훈, 박근혜 그리고 문재인의 공통점이 뭘까요? 바로 위의 독재에 대한 정의에 의하면 독재자들입니다. 노무현은 지난 2004년 열린우리당 지지를 호소했고 재신임 투표까지 논했기에 명백한 삼권분립의 도전이었으며 이는 탄핵소추라는 사태까지 이어졌습니다. 오세훈 또한 지난 2011년 무상급식 주민 투표로 재신임 투표라는 독재를 하였고 어처구니없게 패배하여 시장직을 잃게 됩니다. 박근혜는 그녀의 재임기간 동안 최순실이라는 비선 실세가 삼권분립을 무시하고 정부기관의 견제와 감사를 받지 않은 체 권력을 행사했기에 독재자라 불러야 마땅하며 결국 작년 탄핵당했지요. 마지막으로 문재인은 작년 신고리 원전 건설 중단과 관련해 국회와 다른 정부기관의 검증(청문회)과 견제를 거치지 않은 공론화 의원회를 설립하여 건설 중단을 결정했으므로 삼권분립을 명백히 위반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독재라는 게 정말 별거 없습니다. 독재는 통수권자라면 그가 착하던, 정치적으로 유능하던가에 상관없이 저지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독재의 심각함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사소한 독재라도, 삼권분립과 현 정치 시스템 그리고 국가 전체에 큰 위협이 됩니다. 

"독재자" 박근혜가 탄핵된 지 벌써 1년입니다 (며칠 지났지만요). 그러지만 독재의 위험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정치인은 기본적으로 견제의 대상이고 권력이 커질수록 견제를 더욱 강력히 해야 마땅합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정치인이고 대통령 혹은 시장이라 해도 독재의 유혹은 언제나 존재하며 국민으로서 우리는 그들을 더욱 철저히 감시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