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 이글의 독백 (1) – 대한민국은 문제가 많지만 선진국이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친구들이랑 저녁 먹으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경제 한다는 친구랑 비트코인에 관해서 얘기도 하고 올림픽 얘기도 하고 적폐청산에 대한 갈리는 의견도 나눴다. 그러다가 친구가 하는 질문이 “대한민국이 선진국이라 생각하냐” 였다.

난 한치에 망설임 없이 답했다. 응.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라고. 1인당 GDP나, PPP, GNI 계수, HDI 등의 선진국의 지표를 비교해보면 대한민국은 확실하게 선진국이다. 전쟁과 가난, 군사독재와 IMF의 위기를 이겨내고 얻은 결과이다. 우리나라가 괜히 OECD 국가인 게 아니다.

그러자마자 그 친구는 기다린 듯이 반박을 했다. 어떻게 경제만 가지고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냐고 그럼 중국 같은 나라도 선진국이냐. 어떻게 우리나라같이 행복지수가 떨어지고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고 정의롭지 않은 나라가 선진국이냐고. 일본 정도는 돼야지 선진국 아니겠냐는 건 덤.

일단 일본의 행복지수나 경제/사회 상황이 우리나라랑 도긴개긴인 건 둘째 치자. OECD가 경제지표만 가지고 선진국 분류하지 않는다는 것이랑 HDI 등 경제 외의 지표가 있다는 것도 잊고.

설사 우리나라가 행복지수가 최악이라 해도, 상상 이상으로 정의롭지 않다고 해도 우리나라는 선진국으로 이미 분류되어있고 세계가 인정하는 바이다. 단지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후진국 같다고 체감해서 우리나라가 후진국이 되는 게 아닌 거다.

하지만 최근의 나날이 드러나는 503의 추악한 민낯이나, 더더욱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등으로) 흉흉해져 가는 사회상으로 인해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아니라는 막연한 인식을 가지는 자들이 증가하는 것 같다.

단언컨대 이러한 인식은 잘못되었다. 딱히 애국심을 고취하려고, 소위 “국뽕”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견해는 현재 우리나라가 정확히 어떠한 상황인지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문제가 많은 건 사실이다. 아직도 사회에 대한, 인권에 대한, 경제에 대한, 정치에 대한 문제가 많고도 많다. 그리고 난 이러한 문제들이 하루아침에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정책 하나 세웠다고 바뀔 문제들이 아닌 것도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아니라는 것은 틀린 지적이다. 작년의 박근혜 탄핵을 보라. 추악한 진실 속에 혼란 사이에서 우리나라는 여느 선진국처럼 자유민주주의 헌법 체제 내에서 박근혜를 탄핵하고 그녀의 부패한 정권을 멈출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민주정이 다른 선진국들처럼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다, 문제가 많지만. 이런 문제들은 하나하나 차근차근 장기적으로 보면서 선진국들처럼 해결해야 갈 문제다. 만약 이 사실을 똑바로 직시하지 않고 우리나라가 후진국이라고 외친다면 자칫하면 국개론이나 음모론 등의 패배주의적 극단주의에 빠질 수 있다.

그러니 명심하자. 어쨋든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라는 것을.